인터뷰·기고
위원회의 인터뷰·기고 등 의견과 시각을 공유합니다.
-
등록일
2026.08.04
게재: 경향신문 | 입력 2026.08.04 20:11 | 수정 2026.08.04 20:12
필자: 남현주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통합돌봄이 본격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는 통합돌봄을 의료와 요양, 복지와 주거를 연계하는 정책으로 설명해 왔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통합돌봄의 본질은 서비스를 연결하는 데 있지 않다. 국가가 국민의 돌봄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를 다시 묻는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돌봄은 이제 누구나 나이 들고 병들면서 마주하게 되는 생애주기의 문제가 됐다. 통합돌봄은 국민이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지난 100일은 그 출발점이었다. 6월26일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4만6215명이 통합돌봄을 신청했고, 3만7304명이 12만3595건의 서비스를 연계받았다. 통합돌봄이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이제는 행정 체계를 구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과제가 남았다. 국민 누구에게, 어디까지, 무엇을 보장할지 분명히 하는 일이다.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기본돌봄'이다. 기본돌봄은 새로운 복지사업이 아니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역과 소득에 관계없이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의료·돌봄 기반이다. 돌봄이 개인과 가족만의 책임이 아닌 국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공공 인프라라는 의미다.
통합돌봄은 서비스가 있는 지역에서는 연계의 문제지만,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공급의 문제다. 실제 지난 100일간 연계된 서비스의 62.6%는 기존 국가사업이었고, 지역이 새롭게 설계한 특화 서비스는 37.4%에 그쳤다. 이는 연계를 넘어 지역의 돌봄 기반 자체를 확충해야 함을 보여준다.
대도시에서는 의료기관과 복지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농어촌과 인구 감소 지역, 의료 취약지에서는 기본적인 의료와 돌봄 자체가 부족하다. 올해 공중보건의가 배치되지 않은 읍면 보건지소는 전체의 82.1%에 달했다. 방문진료 의사와 방문간호 인력, 장기요양기관이 부족한 곳에서는 연계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기본돌봄은 반드시 기본의료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 퇴원한 어르신이 지역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방문진료와 방문간호, 장기요양, 일상생활 지원이 함께 제공돼야 한다. 기본의료 없는 기본돌봄, 기본돌봄 없는 기본의료는 결국 반쪽짜리 통합돌봄일 뿐이다.
이는 결국 '돌봄기본권'의 문제다. 국민의 주소가 돌봄 수준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어느 지역에 살든 필요한 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정 원칙도 달라져야 한다. 통합돌봄은 지방정부의 선택사업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기반이다. 그러나 현재는 사업비 총액만 차등 지원될 뿐 국비 매칭 비율은 지역 여건과 관계없이 거의 동일하다. 그 결과 재정이 열악하고 고령화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지방비 부담은 더 커지고, 가장 돌봄이 필요한 곳이 가장 취약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가 되기 쉽다.
필요한 곳에 더 많이 지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형평성'이다. 기초연금처럼 지역의 재정여건과 고령화 수준을 반영해 기본의료와 기본돌봄에도 국고보조율을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인구 감소 지역과 의료 취약지에는 국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통합돌봄은 비용을 줄이는 정책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사회적 투자다. 지난 7년간 시범사업에서도 요양병원 입원과 시설 입소는 감소했고, 가족의 부양 부담도 줄었다.
통합돌봄의 다음 100일은 행정 체계를 다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 누구나 어디에 살든 기본의료와 기본돌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제도와 재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통합돌봄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서비스를 연결했는가가 아니라, 국민의 주소와 관계없이 필요한 돌봄을 보장하는 국가를 만들었는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남현주 가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