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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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6.10.12
게재: 내일신문 | 입력 2026.10.06 13:00
필자: 정균승 국립군산대 명예교수
얼마 전 열린 ‘AI 전환에 따른 기본사회 공론화’ 국민숙의단 토론회는 우리 사회가 더는 미루어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이고, 먼저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뚜렷하게 보여준 자리였다.
인공지능 전환, 기후 위기, 저출생과 고령화, 지역 불균형 등은 이미 우리 삶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걱정하고, 누군가는 돌봄과 의료를 걱정하며, 또 누군가는 사는 지역 때문에 삶의 기회 자체가 불리한 현실을 견디고 있다. 이제는 일시적 경기 대책이나 부분적 보완만으로 버틸 수 없는 시대다. 그래서 시민들은 새로운 국가 운영 원리의 정립을 요구했다.
참여자의 91%가 “기본사회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결과는 그 절박한 요구의 집약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시민들의 진지함이었다. 제주에서 온 16세 청소년부터 경남의 80세 어르신까지 223명의 시민이 한자리에 모였다. 열흘 동안 7개의 온라인 강의를 모두 이수하고 사전 숙의를 거쳐 현장 토론에 참여한 준비된 시민들이었다. 충분한 정보와 숙고의 시간이 주어질 때 시민은 막연한 불안에 떨지 않고, 우리 사회가 무엇을 먼저 바꿔야 하는지를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토론회가 보여주었다.
숙의로 확인한 기본사회의 필요성
시민들이 중요하게 꼽은 내용은 경제 사정과 무관한 의료 보장, 공정한 기회 보장, 변화에 대응하는 교육, 미래 세대의 성장 기회, 지역 간 격차 해소였다. 청년은 일자리와 주거를, 노년층은 의료와 돌봄을 더 절실하게 느꼈지만, 가장 저변의 요구는 하나였다. 실패가 곧 영구적 탈락이 되지 않는 사회, 사는 곳 때문에 삶의 품격이 달라지지 않는 사회, 누구나 다시 일어설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에 대한 열망이었다.
이 목소리는 복지를 더 늘리라는 요청을 넘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만큼은 공동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절실한 호소에 가깝다. 바로 여기에서 기본사회의 의미가 분명해진다. 기본사회는 대전환의 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가 인간다운 삶의 기본 조건을 어디까지 함께 책임질 것인가를 묻는 새로운 사회 원리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는데 삶의 불안은 더 커지고, 성장의 과실은 쌓이는데 일상의 안전은 더 얇아지는 현실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주거·의료·돌봄·교육·일자리 등의 기본 영역을 더욱 촘촘하게 받쳐 주는 일은 시혜가 아니라 국가의 책무다.
시민이 먼저 필요를 말했고, 숙의는 그 필요를 공적인 언어로 다듬어 정리했다. 국회와 정부, 사회 각 부문이 응답해야 할 차례다. 기본사회는 먼 미래의 희망이 아니라 지금 무너지고 있는 삶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오늘의 과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기본사회 기본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는 일이어야 한다. 법적 토대 없이 기본사회는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늦어질수록 불안의 비용은 약한 사람에게 먼저 전가된다. 기본사회는 선택 가능한 여러 구상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대전환의 불안을 견디는 시민을 위해 국가가 마땅히 응답해야 할 책임이다. 시민이 이미 방향을 제시했다면, 제도는 그 방향을 현실의 정책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가 그 최소한의 책임을 외면한다면 기본사회 논의는 헛된 선언이 되고 말 것이다.
시민의 요구에 입법으로 응답할 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입법의 결단이다. 시민이 기다리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실행이다. 이번 정기국회는 그 요청에 응답해야 한다. 더 늦출수록 사회적 비용은 가중되고, 시민의 삶은 더 위태로워진다. 지금은 ‘결단의 시간’이다.
정균승 국립군산대 명예 교수
[원본글 링크 주소] [기고] 대전환의 시대, 기본사회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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