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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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6.05.27
게재: 한국농어민신문 | 승인 2026.05.27 18:57
필자: 황영모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농어민신문]
배고픔 해결하고 결식 줄이는 수준 넘어
'생애주기별 먹거리·먹거리 돌봄'으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조건 갖춰가야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려운 이웃에게 '식재료 전달'과 '식사 지원'이 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 고립된 어르신의 집 냉장고가 1주일 만에 열렸다. 냉장고에는 배달된 두유로 가득했다. 기계적인 식재료 배달로는 한 끼 식사가 온전하지 못했다. 금요일만 되면 책가방이 유독 무거워지는 아이들이 있다. 학교급식이 없는 주말, 어린이급식카드로 편의점에서 배고픔을 해결해야 했다. 주거·학비로 생활비가 부족한 청년들에게 한 끼 식사는 건너뛰는 징검다리가 되었다. 작업장 일터로 길을 나서는 지갑이 얇은 노동자들에게 끼니는 어떻게든 때우면 되는 것이다. 생필품을 구매할 가게마저 문을 닫은 농촌에서 이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은 장보기 난민이 되었다.
이런 상태에서 예상하지 못한 불의의 사고라도 생긴다면 아찔한 상황으로 내몰린다. 이 대목에서 '간병 청년'(강도영 씨)의 아픈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했다. 강제 퇴원시켜 집에서 돌보게 된다. 극심한 생활고로 아버지도 본인도 한 끼도 먹지 못한 날이 이어졌다. 아버지는 방치되어 숨을 거뒀다. 결국 존속 살해로 처벌을 받았다. 여러 이유로 고립되어 사회로부터 배제된 젊은이였다. 절망 속 그가 보낸 문자는 '쌀 사먹게 2만원만 보내주세요'였다. 경제적 격차와 사회적 배제가 커진 상황에서 '먹거리 불안정'은 특정 소수의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언제라도 맞닥트릴 위험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코로나19 사회적 재난은 무료급식소·학교급식·푸드뱅크 마저 문을 닫게 했다. 그 상황과 어려움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에게 '기본'이 되는 '먹거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사회적 명제이자 규범이 되고 있다. 결식, 영양 불균형, 사회적 고립 문제는 취약계층 일부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어린이·청년·중장년·노년층까지 '절대적 격차'와 '상대적 소외'라는 그림자가 깊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 발전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 중 '먹거리'는 핵심 지표이다. 먹거리는 국민 모두의 건강과 삶, 돌봄,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는 생애 과정에서 건강하고 안전한 식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와 사회는 그 책임을 더욱 높여야 한다. 먹거리는 건강권·돌봄권·사회적 연결을 뒷받침하는 '사회권'의 핵심이기에 그러하다.
'기본이 되는 먹거리'는 배고픔을 해결하고 결식을 줄이는 수준이 아니다.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사회적으로 고립 없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사회적 기반을 뜻한다. 사회구조 등 현실을 감안한 핵심 전략은 '생애주기 먹거리'와 '먹거리 돌봄'이다. 생애 단계별 신체·건강·사회적 조건 변화에 따라 필요한 식생활이 달라진다. 이에 맞춰 먹거리 지원 체계를 적용해야 한다. 이것이 '생애주기 먹거리'이다. 임신·출산-성장-청년-노동-가족형성-중년-노년 등 특성 고려가 관건이다. 한편 식생활과 건강이 취약하고, 사회적 고립과 돌봄 공백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식품·식재료 제공을 매개로 식사와 안부, 건강과 관계의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 '먹거리 돌봄'은 건강한 식생활과 사회적 관계를 지원하는 통합적 돌봄 체계이다.
이제 기본이 되는 먹거리를 실행할 전략을 본격적으로 갖춰 나가야 한다. 먹거리는 대한민국 기본사회의 바탕이기에 그렇다. 이에 중점적으로 고려할 전략 틀을 4가지로 제안한다.
첫째, 정책의 '대상'이다. 생애주기(임산부·영유아·아동·청소년·청년·중장년·노년 등)와 사회여건(저소득층·고립·1인가구·취약노인·다문화·장애인·취약지 등)이라는 이중구조를 종합해 고려해야 한다. 결국 보편성과 선별성의 균형 있는 결합이 중요하다.
둘째, 보장의 '내용'이다. 식재료 지원에 더해 영양·안전·건강·관계·존엄을 포괄해야 한다. 결식 없는 식사(식사·식재료 지원), 건강한 식사(균형 잡힌 영양 보장), 안전한 먹거리(식품안전·품질관리), 건강한 먹거리(로컬푸드·친환경 식재료), 공동식사·연결(관계형성·고립탈출), 먹거리 접근성(지리적·경제적 접근), 돌봄 통합(복지·의료서비스 연계), 존엄한 식생활(선택권·상시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사회연대경제 방식으로 지역사회의 조직 자원을 활용할 때 통합의 시너지가 생긴다.
셋째, 가용한 정책 '수단'이다. 정책 수준과 재정 여력의 현실적 균형점을 잘 찾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공급형, 접근형, 관계·돌봄형'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식재료·식사제공(학교·공공급식·도시락·꾸러미·식재료·농식품바우처 등)은 1차 대응이다. 취약 지역과 이웃들을 찾아가는 공간적 대응 방식(이동장터·차량·그냥드림·공유냉장고 등)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 지역사회 수준의 관계망과 돌봄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프로그램(마을식당·청년식당·공동부엌·공동식사 프로그램 등)을 덧붙여야 한다.
넷째, 작동하는 '공간'이다. 전략과 정책이 실행되는 장소는 결국 지역사회이다. 지역사회에서 공간과 자원을 연결하고 묶어내야 한다. 학교(초중고), 복지시설, 경로당·마을회관, 생활SOC거점, 공동체부엌, 로컬푸드직매장, 푸드뱅크(마켓), 읍면동사무소, 착한가게 등이 긴밀히 결합되어야 한다. 이 안에서 '공공주체×수요주체×시민사회'가 수평적으로 추진체계를 갖춰 운영해야 한다.
우리 앞에는 '최소한'으로 보장하던 권리를 '최대로' 보장하는 사회로 진전시켜 나갈 과제가 놓여 있다. 먹거리에서 만큼은 '소외'가 없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 그 첫 번째 숙제이다. 물론 '먹거리의 기본'에 관한 여러 의견이 있다. 논의하고 기준을 정하느라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실험하면서 만들어 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 먹거리'는 '현장의 실천'과 '정책의 확장', 그 '너머'를 가리킨다.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기본사회'의 핵심어로 '기본 먹거리'가 위치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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